1. 개요
책 소개: 2002년 영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플레처(Richard Fletcher)가 저술한 역사서로, 중세 시대(주로 7세기부터 15세기) 약 1,000년에 걸친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다룬다. 이 책은 단순히 두 문명의 충돌과 갈등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교류, 문화적 영향, 공존의 양상 등 다양한 측면을 폭넓게 탐구한다. 특히, 그동안 간과되었던 두 문명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영향 관계를 부각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 줄 소개: 중세 시대, 십자가(그리스도교)와 초승달(이슬람)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했던 복잡한 관계를 맺었다.
2. 저자 소개
- 리처드 플레처 (Richard Fletcher, 1944-2002): 영국의 저명한 중세 역사학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요크 대학교(University of York)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중세 잉글랜드와 에스파냐 역사를 주로 연구했으며, 특히 이슬람 지배하의 에스파냐(알-안달루스)와 엘 시드(El Cid)에 대한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구는 철저한 사료 분석과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주요 저서:
- 《The Quest for El Cid》(1989): 엘 시드의 생애와 전설을 역사적 맥락에서 재조명.
- 《Moorish Spain》(1992): 이슬람 지배하 에스파냐(알-안달루스)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분석.
- 《The Conversion of Europe: From Paganism to Christianity 371-1386》(1997): 유럽의 그리스도교화 과정을 다룬 역작.
- 《Bloodfeud: Murder and Revenge in Anglo-Saxon England》(2002): 앵글로색슨 시대 잉글랜드의 혈투와 복수 문화를 탐구.
3. 책의 전체 흐름
서문 (Prologue): 책의 저술 동기, 연구 주제 및 방법론을 제시하고, 사료의 한계와 용어 사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두 문명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하며, 독자들이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세계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부: The Coming of Islam (이슬람의 도래): 무함마드의 등장과 이슬람교의 성립 배경, 초기 이슬람의 급속한 팽창 과정과 그 원인 분석, 이슬람에 대한 그리스도교 세계의 다양한 반응(공포, 경계, 오해 등), 이슬람 지배하에 놓인 그리스도인들의 삶(딤미의 지위, 종교적 자유와 차별) 등을 상세히 다룬다.
2부: The Elephant Given to Charlemagne (카롤루스에게 선물한 코끼리): 압바스 왕조 시기 이슬람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적 변화와 발전 양상, 그리스도교 세계와의 관계(외교적 접촉, 무역 등), 이슬람 사회 내 그리스도인의 역할(관료, 학자 등), 그리스와 페르시아 고대 지식의 아랍어 번역 및 이슬람 학자들의 기여, 비잔티움 제국과 서유럽의 상황(이슬람의 위협에 대한 대응, 사회 변화 등) 등을 살펴본다.
3부: Outremer (우트르메르): 11세기 이후 동서 변경 지대에서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관계 변화(셀주크 튀르크의 등장, 비잔티움 제국의 약화), 십자군 운동의 배경(종교적 열정, 정치적, 경제적 동기), 십자군 원정의 전개 과정(주요 전투, 사건 등), 십자군 국가들(에데사 백국, 안티오키아 공국, 트리폴리 백국, 예루살렘 왕국)의 성립과 발전, 몰락 과정, 지중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해적 활동,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의 경쟁 등)을 상세히 기술한다.
4부: Living Together (함께 살아가기):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세계의 상호 인식(서로를 이단, 거짓 예언자로 간주), 종교적 관용과 불관용(딤미 제도, 무데하르), 문화적 교류(건축, 예술, 음악, 복식 등), 번역 활동(아랍어 서적의 라틴어 번역, 지식의 전수), 지적 영향(신학, 철학, 과학 등), 에스파냐의 콘비벤시아(Convivencia, 공존) 현상(그리스도인, 무슬림, 유대인의 관계)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5부: The Closing of the Muslim Mind (닫혀가는 이슬람 세계의 문): 14세기 이후 십자군 운동의 변화(쇠퇴, 새로운 전략 모색), 오스만 제국의 부상과 팽창(발칸반도 진출,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 에스파냐의 레콩키스타(Reconquista, 재정복) 완료(그라나다 함락), 이슬람 세계의 지적 경직성(새로운 지식과 변화에 대한 거부, 유럽의 발전에 대한 무관심), 유럽의 변화(르네상스, 과학 혁명, 종교 개혁, 탐험 시대의 개막) 등을 다룬다. 이슬람 세계가 점차 폐쇄적으로 변모하면서 유럽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론 (Epilogue):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관계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고, 현대 사회의 종교 간 갈등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두 문명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4. 상세 요약
1부: 이슬람의 도래
- 무함마드와 이슬람교의 성립: 7세기 초, 아라비아반도 메카 출신의 무함마드는 유일신 알라(Allah)로부터 계시를 받아 이슬람교를 창시한다. 그는 기존의 다신교 신앙을 비판하고 유일신 신앙, 평등, 정의 등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러나 메카의 지배층으로부터 박해를 받자 622년 추종자들과 함께 메디나로 이주(헤지라, Hijra)한다. 메디나에서 무함마드는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로서 세력을 확장하고, 결국 아라비아반도 대부분을 통일한다.
- 이슬람의 5가지 의무 (The Five Pillars of Islam): 이슬람 신앙의 핵심적인 실천 사항
1. 신앙고백 (Shahada): "알라 외에는 신이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
2. 기도 (Salat): 매일 5번 메카를 향해 기도
3. 금식 (Sawm): 라마단 기간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
4. 구제/자선 (Zakat):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재산의 일부를 기부.
5. 성지순례 (Hajj): 일생에 한 번 메카를 순례 - 초기 이슬람의 팽창: 무함마드 사후, 정통 칼리파 시대(632-661)에 이슬람 세력은 급속도로 팽창한다. 비잔티움 제국과 사산 왕조 페르시아는 오랜 전쟁으로 인해 약화된 상태였고, 아랍 부족들은 뛰어난 기동력과 전투력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 또한, 이슬람의 종교적 열정과 정복지에 대한 관용 정책도 팽창에 기여했다.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북아프리카, 페르시아 등 광대한 지역이 이슬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 그리스도교 세계의 반응: 이슬람의 등장은 그리스도교 세계에 큰 충격과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이슬람을 이단으로 간주하고, 무함마드를 거짓 예언자라고 비난했다. 또한,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슬람을 해석하고, 이슬람의 팽창을 하느님의 심판으로 여기기도 했다.
- 이슬람 지배하 그리스도인: 이슬람 율법은 그리스도인과 유대인을 딤미(Dhimmi, 보호받는 백성)로 규정하고, 일정한 세금(지즈야, Jizya)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러나 딤미는 사회적으로 차별받았으며,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이슬람 사회에서 관료, 학자, 상인 등으로 활동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2부: 카롤루스에게 선물한 코끼리
- 압바스 왕조 시대의 변화: 750년, 우마이야 왕조가 무너지고 압바스 왕조가 성립되면서 이슬람 세계의 중심은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한다. 압바스 왕조는 페르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학문과 예술을 장려하여 이슬람 문명의 황금기를 이룩한다.
- 지식의 전수: 압바스 왕조 시기에 그리스도인 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철학, 과학, 의학 서적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시리아어(Syriac)를 매개로 그리스어 원전을 아랍어로 번역했으며, 이를 통해 고대의 지식이 이슬람 세계에 전해졌다. 이슬람 학자들은 번역된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학문 체계를 발전시켰고, 이는 훗날 르네상스 시대에 서유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주요 번역가:
- 후나인 이븐 이샤크(Hunayn ibn Ishaq, 809-873): 그리스 의학 서적(갈레노스, 히포크라테스 등)을 아랍어로 번역.
- 쿠스타 이븐 루카(Qusta ibn Luqa, 820-912): 그리스 과학, 철학 서적을 아랍어로 번역.
- 주요 번역가:
- 비잔티움 제국과 서유럽: 비잔티움 제국은 이슬람의 팽창으로 인해 영토가 축소되고, 내부적으로는 성상 파괴 논쟁(726-843)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서유럽에서는 프랑크 왕국이 카롤루스 대제(재위 768-814) 시기에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이슬람 세계에 비해 경제적, 문화적으로 낙후된 상태였다.
- 카롤루스와 하룬 알-라쉬드의 교류: 800년경,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와 압바스 왕조의 칼리파 하룬 알-라쉬드(재위 786-809) 사이에 외교적 접촉이 이루어졌다. 하룬 알-라쉬드는 카롤루스에게 코끼리 '아불 압바스'를 선물했는데, 이는 두 문명 간의 교류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3부: 우트르메르
- 11세기 이후의 변화: 11세기, 중앙아시아에서 온 셀주크 튀르크가 이슬람 세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다. 셀주크 튀르크는 비잔티움 제국을 압박하고,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소아시아 지역을 장악한다. 이러한 상황은 서유럽 그리스도교 세계에 위협으로 인식되었고, 십자군 운동의 배경이 된다.
- 십자군 운동: 1095년,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예루살렘을 비롯한 성지 회복을 위한 십자군 원정을 호소한다. 종교적 열정, 기사들의 명예욕, 경제적 이익 추구 등 다양한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십자군에 참여했다. 제1차 십자군(1096-1099)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에데사 백국, 안티오키아 공국, 트리폴리 백국, 예루살렘 왕국 등 4개의 십자군 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한다.
- 이슬람의 반격: 12세기 후반, 살라딘(재위 1174-1193)이 등장하여 이슬람 세력을 통합하고 십자군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다. 1187년 하틴 전투에서 십자군을 대파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한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십자군 원정이 있었으나, 십자군 국가들은 점차 쇠퇴하여 1291년 아크레 함락으로 멸망한다.
- 지중해 지역의 군사적 충돌: 십자군 원정 외에도 시칠리아, 남부 이탈리아, 에스파냐 등 지중해 지역 곳곳에서 그리스도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간의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해양 도시 국가들(베네치아, 제노바, 피사 등)은 해상 무역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이슬람 세력과 충돌하기도 했다.
- 십자군 국가들의 생활상: 십자군 국가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현지 문화에 적응하며 동방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무슬림과의 관계는 대체로 긴장 상태였으며, 종교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었다.
4부: 함께 살아가기
- 상호 인식: 그리스도교 세계는 이슬람을 이단으로, 무함마드를 거짓 예언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슬람 세계 역시 그리스도교 세계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지식인들은 상대방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도 했다.
- 그리스도교 측:
- 다마스쿠스의 요한(John of Damascus, 675?-749?): 이슬람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비판.
- 페트루스 베네라빌리스(Peter the Venerable, 1092/94-1156): 클뤼니 수도원장. 이슬람을 반박하기 위해 『꾸란』 라틴어 번역을 지시.
- 이슬람 측:
- 알-타바리 (839-923) 9세기 바그다드에서 활동, 그리스도교에 대한 지식을 활용, 이슬람 신앙을 옹호하는 변증서 저술.
- 이븐 하즘(Ibn Hazm, 994-1064): 그리스도교 경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슬람 신앙의 우월성을 주장.
- 그리스도교 측:
- 종교적 관용과 불관용: 이슬람 율법은 딤미(Dhimmi, 보호받는 백성)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지만, 현실에서는 차별과 억압이 존재했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관용이 부족했고, 강제 개종이나 추방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 문화적 교류: 건축, 예술, 음악, 복식,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다. 특히, 에스파냐의 콘비벤시아(Convivencia, 공존) 현상은 그리스도인, 무슬림, 유대인이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며 문화적 융합을 이루었던 사례로 주목받는다.
- 건축: 이슬람 건축 양식(아치, 돔, 모자이크 등)이 유럽 건축에 영향.
- 음악: 아랍의 악기(류트, 레벡 등)와 음악 이론이 유럽 음악에 도입.
- 복식: 이슬람의 직물(면, 비단 등)과 의복 스타일이 유럽에 유행.
- 번역 활동: 12-13세기, 에스파냐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아랍어 서적(주로 고대 그리스 철학, 과학, 의학)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 번역 운동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지식과 이슬람 세계의 발전된 학문이 서유럽에 전해졌고,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지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 톨레도 번역 학파: 12세기 에스파냐 톨레도를 중심으로 활동한 번역가 집단. 아랍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학자들이 협력하여 번역 작업 수행.
- 주요 번역가:
- 크레모나의 제라르도(Gerard of Cremona, 1114-1187): 80여 권의 아랍어 서적을 라틴어로 번역.
- 바스의 아델라드(Adelard of Bath, 1080?-1152?):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알콰리즈미의 천문표 등을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
5부: 닫혀가는 이슬람 세계의 문
- 14세기 이후의 변화: 십자군 운동은 점차 쇠퇴하고, 새로운 전략(이집트를 통한 예루살렘 공략)이 모색되기도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4세기, 오스만 제국이 등장하여 발칸반도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은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키고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켰다. 에스파냐에서는 레콩키스타(Reconquista, 재정복) 운동이 지속되어 1492년 그라나다 함락으로 완료되었다.
- 이슬람 세계의 지적 경직성: 14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는 새로운 지식과 변화에 대해 점차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럽의 발전과 변화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경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이슬람 세계가 학문과 과학 분야에서 유럽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 이븐 바투타(Ibn Battuta, 1304-1368/69): 모로코 출신의 여행가. 이슬람 세계 전역을 여행했지만, 유럽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음.
- 이븐 할둔(Ibn Khaldun, 1332-1406): 튀니지 출신의 역사학자, 사회학자.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보여주었지만, 유럽에 대해서는 무관심.
- 유럽의 변화: 르네상스, 과학 혁명, 종교 개혁 등 유럽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발전이 일어났다. 탐험 시대가 열리고, 유럽 국가들은 세계 각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이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새로운 인식의 등장:
- 후안 데 세고비아(Juan de Segovia, c. 1395-1458): 이슬람과의 평화로운 대화와 상호 이해를 추구
-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holas of Cusa, 1401-1464): 『꾸란을 체질하기Cribratio Alcorani』에서 『꾸란』을 연구, 그리스도교의 신약 성서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
6. 핵심 개념 및 아이디어
- 콘비벤시아 (Convivencia): 중세 에스파냐에서 그리스도인, 무슬림, 유대인이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했던 현상을 가리킨다. 이 시기에는 종교와 문화가 다른 집단들이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독특한 문화적 융합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콘비벤시아는 완전한 평등이나 조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종교적, 사회적 차별과 갈등도 존재했다.
- 번역 운동: 12-13세기 에스파냐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아랍어 서적(주로 고대 그리스 철학, 과학, 의학)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 번역 운동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지식과 이슬람 세계의 발전된 학문이 서유럽에 전해졌고,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지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십자군 운동: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서유럽 그리스도교 세력이 예루살렘을 비롯한 성지 회복을 목표로 벌인 일련의 군사 원정이다. 십자군 운동은 종교적 열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동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십자군 운동은 동서 지중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서구의 시각에서 동방(특히 이슬람 세계)을 왜곡하고 타자화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 동방에 대한 편견과 지배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 지하드(Jihād): 이슬람교의 기본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이슬람에서 '성전'으로 통용되는 개념. 저자는 지하드가 폭력적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신자에게 이슬람의 길을 확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 개인의 내면적 투쟁, 사회 개혁 운동, 이슬람 공동체를 방어하기 위한 전쟁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 울라마(Ulama): 이슬람 율법, 신학 등을 연구하는 이슬람의 종교 학자.
- 딤미(Dhimmi): 이슬람 율법에서 '보호받는 백성'을 의미. 주로 이슬람 국가의 통치 아래 있는 그리스도인과 유대인을 지칭. 딤미는 세금을 내고, 무슬림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갖지만, 신앙의 자유는 보장받음.
7. 평가 및 반응
- 긍정적 평가:
- 중세 시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관계를 폭넓게 다루면서도, 학문적 엄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다양한 사료(역사 기록, 문학 작품, 종교 문서, 여행기 등)를 활용하여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분석을 제공한다.
- 단순한 갈등과 대립 관계를 넘어 상호 교류와 공존의 양상에도 주목하여 두 문명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 현대 사회의 종교 간 갈등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역사적 맥락에서 종교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흥미롭게 제공.
- 비판적 평가:
- 일부 내용(특히 이슬람의 팽창 원인, 십자군 운동의 동기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서유럽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슬람 세계의 내부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8. 여담 및 트리비아
- 저자 리처드 플레처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에스파냐를 여행하며 코르도바의 모스크(메스키타)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한 경험이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 책 제목의 '초승달'은 이슬람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저자는 오스만 시대 이전에는 초승달이 이슬람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그는 책의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역사적 사실과의 차이를 언급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했다.
-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유대교를 포함시키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유대교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모두와 긴밀하게 얽혀 있었고, 중세 시대 지중해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 책에 등장하는 코끼리 '아불 압바스'는 실제로 9세기에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가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에게 선물한 코끼리이다.
9. 관련 문서/자료
- 십자군 전쟁
- 이슬람
- 그리스도교
- 중세
- 알-안달루스
- 오스만 제국
- 르네상스
- 오리엔탈리즘
10. 각주
- 각주 2: 저자는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면서, 초승달이 이슬람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오스만 시대 이후의 일이며, 그 이전에는 다른 상징들이 사용되었다고 지적한다.
- 각주 3, 4: 저자는 이슬람의 신을 지칭하는 용어로 'Allah' 대신 'God'을 사용하고, 번역 과정에서 '하느님'으로 통일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종교 간의 대화와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각주 5: 저자는 'Christendom(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이라는 용어가 엄밀한 의미에서 대등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다르 알-이슬람(Dār al-Islām, 이슬람 세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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